비트코인 비축 전략(SBR),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나… 각국 현황과 경제적 효과는?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세계 주요국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을 비롯해 미국 일부 주(州), 그리고 여러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금의 일부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는 블랙록 비트코인 ETF 4억 3700만 달러 어치를 매입, 간접적인 방법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전략 비축 자산(SBR·Strategic Bitcoin Reserve)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군비 경쟁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록미디어는 비트코인 비축 전략의 경제적 효과와 세계 금융 질서 재편 가능성에 대해 살펴봤다.
# 비트코인 비축,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논의는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과거 엘살바도르가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며 준비금을 확보한 이후, 최근 홍콩, 미국 일부 주 및 여러 국가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에서는 입법위원 우지에황(Wu Jiexhuang)이 홍콩의 국가 준비금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편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높은 유동성과 거래량을 보유하고 있어, 금이나 국채보다 더 효율적인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통화청(HKMA)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편입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공화당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는 “미국이 향후 5년 동안 매년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내 16개 주가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발의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관련 법안이 이미 통과됐다.
이 밖에도 일본, 러시아, 브라질, UAE(아랍에미리트), 부탄 등 여러 나라에서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러시아와 일본은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 비트코인 전략 비축의 경제적 효과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이유는 크게 △인플레이션 헤지 △화폐 가치 하락 방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새로운 안전자산 확보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인플레이션 헤지: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법정화폐(Fiat Currency)처럼 무제한 발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2. 화폐 가치 하락 방어:
법정화폐는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에 따라 가치가 급변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거래된다. 즉, 국가 경제 위기 시에도 자산 가치를 보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3. 새로운 안전자산 확보:
전통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금과 미 국채를 보유하며 안전자산으로 삼았지만, 비트코인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높은 유동성과 전 세계적인 거래망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2019년 3800달러에서 2021년 6만8000달러까지 급등한 후, 2022년 초 3만5000달러로 하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에는 9만5000달러를 돌파하며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 비트코인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까?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이 본격화되면, 이는 글로벌 금융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는 국제 준비통화 역할을 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을 지배해왔다. 1970년대 금 본위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페트로달러’ 체제가 유지되며 미국의 경제 패권은 지속됐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제 성장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비트코인의 부상 등 세 가지 요인이 결합되며 기존 금융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글로벌 준비통화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 중국, UAE와 같은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결제 및 무역 거래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향후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 암호화폐 군비 경쟁, 현실화될까?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으로 지정할 경우, 이는 글로벌 암호화폐 군비 경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비트코인 매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이미 중앙은행을 통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하면, 다른 주요 경제 강국들도 이를 따라 비트코인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각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되면, 법정화폐 중심의 기존 금융 시스템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 비트코인 전략 비축, 금융 혁신의 시작?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미국, 러시아, 일본, 브라질, UAE 등 주요 경제국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기존 금융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금과 미 국채를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준비 자산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투기적 자산으로 남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