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소법원, 토네이도 캐시 제재 ‘위법’…암호화폐 업계가 환호한 이유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항소법원이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에 대한 재무부의 제재가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며, 암호화폐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자산 프라이버시와 탈중앙화 기술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 법원 “스마트 계약은 소유 대상이 아니다”
미 제5연방항소법원은 11월 26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토네이도 캐시에 부과한 제재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스마트 계약이 특정 외국 단체의 자산으로 간주될 수 없으며, 재무부의 권한이 재산에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돈 윌렛 판사는 “스마트 계약은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특정 외국 단체의 소유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의회가 법률을 현대화하지 않는 이상 기존 법률로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토네이도 캐시와 제재 배경
토네이도 캐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작동하는 탈중앙화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다. 암호화폐 믹서는 사용자의 거래를 결합해 자금의 흐름을 숨기는 소프트웨어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지만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OFAC는 2022년 토네이도 캐시가 △북한 라자루스 그룹의 4억 55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7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세탁하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제재를 부과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겨냥해 취한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였다.
이에 반발한 토네이도 캐시 사용자 6명은 소송을 제기하며 본인들의 자금이 동결됐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이 소송을 뒷받침했으며, 항소법원은 최종적으로 사용자 측 손을 들어줬다.
# 법적·기술적 파급효과
이번 판결은 암호화폐 산업뿐 아니라 스마트 계약과 같은 탈중앙화 기술 전반에 걸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계약의 법적 지위 강화
법원은 스마트 계약이 특정 주체에 의해 소유되거나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과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 같은 기술의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탈중앙화 기술 설계자들은 이번 판결을 기반으로 더욱 자율적이고 분산화된 시스템 설계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규제의 범위 축소
판결은 재무부와 같은 규제 기관이 기존 법률로 탈중앙화 기술을 다루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의회 차원의 법률 개정 논의가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탈중앙화 기술 설계자들에게는 규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설계 전략을 탐색할 여지가 열렸다.
개발자와 사용자 보호
이번 판결은 기술과 개발자의 역할을 분리하는 중요한 논리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개발자들이 단순히 기술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탈중앙화 기술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암호화폐 업계, 판결에 환호…논란은 여전
유니스왑 랩스 CEO “스마트계약이 정부를 이겼다”
이번 판결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는 환호를 보냈다. 유니스왑의 CEO 헤이든 애덤스는 이번 판결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스마트 계약이 재무부를 이겼다”며, “연방 법원에서 암호화폐가 이토록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탈중앙화 기술의 법적 정당성이 이번 판결로 크게 강화되었음을 강조했다.
코인베이스 “암호화폐와 자유를 위한 승리”
코인베이스 최고 법률 책임자 폴 그레왈은 “오늘의 판결은 암호화폐와 자유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며 소셜미디어 X에서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전체 기술을 대상으로 한 제재는 재무부 권한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컨센시스 “행정부 권한 남용에 제동”
이더리움 개발사 컨센시스의 변호사 맷 코르바는 이번 판결이 행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한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항소법원이 IEEPA에 따라 토네이도 캐시 스마트 계약을 제재 목록에 추가한 것을 기각한 것은 엄청난 승리”라며, “이번 판결은 의회의 명확한 권한 없이 행정부가 기술을 규제하려는 시도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ConsenSys 소속 변호사 빌 휴즈는 “이번 판결은 관리 키가 없는 스마트 계약에만 적용된다”고 지적하며, 탈중앙화 기술의 일부 영역은 여전히 법적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경고했다.
# 향후 전망
이번 판결은 탈중앙화 기술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 규제 체계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재무부는 항소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미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이 판결은 글로벌 규제 당국이 탈중앙화 기술과 관련한 정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