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사 자산 거래 잔액 1조 달러 돌파…금융위기 후 16년 만에 최고치
미국 금융사들의 3분기 말 자산 거래 잔액이 1조 달러(약 1391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치다.
자산 거래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금융 상품을 포함하며, 최근 거래 잔액의 증가는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시장조성 사업과 관련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정보업체 뱅크레그데이터(BankRegData)를 인용해, 3분기 말 자산 거래 잔액이 1조 달러에 달하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분기 수준을 넘어섰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산 거래 증가의 주요 배경은 금융사들이 시장 안정성을 높이고 거래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은행들이 가격 변동에 민감한 증권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되면서 시장 변동성에 대한 노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대형 금융사들 중심으로 거래 규모 확대, 금융위기 경험 반복 우려
JP모건 체이스는 3분기 말 자산 거래 잔액 506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연초 3290억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등 다른 대형 금융사들도 거래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 역시 대출보다 직접 투자 비중이 높은 자산 거래에서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특히 특별한 조건이나 부가적 권리가 없는 일반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JP모건의 경우 1900억 달러 상당의 일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연초 850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액, 자동차 할부금융 등 소비자 부채 기반 채권과 같은 자산유동화증권 보유도 늘렸다.
한편, 금융사들의 자산 거래 증가는 과거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은행들은 투기성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다 위기에 빠졌고, 이후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은행들의 자기자산을 활용한 투기성 투자 행위가 금지됐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은행들이 대출 대신 금융자산에 자금을 투입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다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빌 모어랜드 뱅크레그데이터 대표는 “은행들은 보유하던 현금을 자산 거래에 투입하고 있다”며 “대출이 아닌 금융자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자산 거래 증가가 금융사들의 수익성 강화와 함께 시장 안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지나친 시장 변동 노출은 금융위기의 재발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