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선호 경기 침체 판단 지표, 위험 경고 발동 … 美 국채 10년물 – 3개월물 수익률 역전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핵심 지표가 다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CNBC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날(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3개월물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역(逆) 수익률 곡선(inverted yield curve)’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과거 수십 년간 경기 침체가 오기 12~18개월 전에 나타났던 매우 신뢰할 만한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 지표를 공식적인 경기 침체 예측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매월 해당 수익률 관계를 분석해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을 제공한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개월물보다 0.31%포인트 높았으며, 이때 경기 침체 확률은 23%에 불과했다. 하지만 2월 들어 수익률 곡선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역수익률 곡선, 경기 둔화 신호일까?
채권 시장에서 역수익률 곡선이 경기 침체 신호로 간주되는 이유는 연준이 향후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RSM의 수석 경제학자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전형적인 후기 경기 사이클의 모습”이라며, “현재 신호가 단순한 시장 소음인지, 경제 활동 둔화의 신호인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보통 시장에서는 10년물과 2년물 국채 수익률 간 차이를 더 중요하게 본다. 하지만 연준은 10년물과 3개월물 간 차이를 더 중시한다고 CNBC는 지적했다. 3개월물 수익률은 연준의 기준금리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현재 10년물과 2년물 국채 수익률 격차는 여전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큰 폭으로 축소되었다.
역수익률 곡선은 과거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데 강한 신뢰도를 보여왔지만,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장 최근의 역수익률 곡선 발생 시점은 2022년 10월이었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기 침체는 공식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 기대감 vs. 불확실성 증가
이번 경기 침체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10년물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이는 2024년 9월부터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시작됐으며, 1월 20일 취임을 앞두고 정점을 찍었다. 일반적으로 이는 시장이 경제 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증가하는 재정 적자로 인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취임 이후 0.32%포인트 하락했으며, 이는 트럼프의 관세 중심 무역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대선일(2024년 11월 5일)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PGIM Fixed Income의 수석 경제학자 톰 포셀리는 “현재 경제에는 피해야 할 여러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며,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엇갈린 전망
최근 소비자 및 투자자 심리를 조사한 여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5년 동안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또한,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선행경제지수는 2월 들어 경기 침체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소비 지출과 고용 지표 등 실물 경제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포셀리 경제학자는 “우리는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경제 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은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도 비슷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지표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올해 최소 0.5%포인트(50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 둔화에 대비해 연준이 완화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WDBONDS의 수석 경제학자 크리스 럽키는 “채권 시장은 이미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경기 침체가 오려면 고용 시장이 둔화하는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역수익률 곡선은 경제가 트럼프 정부 초기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며, “경기 침체가 확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성장 둔화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