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 필요한가? (X Space Recap) – 포필러스
Key Takeaways
현재 목적 중심 블록체인(Purpose-Built Blockchain)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뜨겁다. 비교적 새로운 개념인데다, 요즘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스토리 네트워크와 앱스트랙트가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제이슨과 앱스트랙트의 루카는, 기존에 인프라의 성능에만 초점을 맞췄던 범용 목적 블록체인과 다르게,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사용자의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데에 초점을 맞췄다는 부분이 다르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 스토리 네트워크와 앱스트랙트 체인을 들었고, 스토리 네트워크는 IP 시장에, 앱스트랙트는 “재미있는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에 특화된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확실히 기존 블록체인들과 접근법이 다르다. 기존 블록체인들은 확장성과 성능, 그리고 유동성에 초점을 맞춰서 기존 유저들에게 더 나은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새로운 사례들과 시장들을 찾고 그 시장들에 알맞는 블록체인을 최적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 네트워크와 앱스트랙트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도, 이들이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블록체인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했고 그 분야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배경 – 목적 중심 블록체인 전격 해부
[포필러스 김남웅] 지난 주 목요일(PST 기준), 스토리 네트워크의 코파운더인 제이슨(Jason Zhao)과 Abstract 체인의 CEO인 루카(Luca Netz)가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X Space에 참여하였고, 이전에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대한 아티클을 작성한 적 있는 필자가 진행을 맡았다. 스페이스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1 목적 중심 블록체인(Purpose Built Blockchain)이란?
1.1.1 제이슨의 정의
우선 스페이스는, 스토리의 제이슨이 목적 중심 블록체인을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스토리의 제이슨이 정의한 목적 중심 블록체인(Purpose-built Blockchain)은 기술보다 앞서서, 사용자의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철학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트랜잭션 속도 향상과 같은 단순한 기술적 개선만으로는 실제 사용자 확보가 어렵다는 업계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특정 어플리케이션 계층을 위해 기술 스택 전체를 재정의하며, 어플리케이션 특화 체인과 달리 합성 가능한 자산 클래스의 체인상 구현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이더리움, 솔라나와 같은 범용 목적 블록체인과 달리, 특정 산업의 요구사항에 맞춘 기술적 설계를 통해 해당 분야에 최적화된 성능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한다.
제이슨은 그런 측면에서 스토리 네트워크가 1) 지식 재산권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면서 2) 실제로 해당 시장에 맞게 블록체인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목적 중심 블록체인에 알맞는 사례임을 강조하였다.
제이슨이 스토리 말고도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예시로 강조한 블록체인들이 있는데, 인젝티브 네트워크(금융을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와 하이퍼리퀴드(온 체인 바이낸스를 목표로, 토큰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가 대표적인 예시였다.
1.1.2 루카의 정의
루카는 제이슨에 덧붙혀서, 솔라나를 위시한 범용 목적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집중을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스토리는 IP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앱스트랙트는 재미라는 또 다른 카테고리를 선정하였다. 특히 앱스트랙트는 유저들이 블록체인 기술이나 복잡한 기술 스택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도 쉽고,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앱들을 위한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하였다.
1.2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 새로운 메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이들은 왜 목적 중심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까? 이들이 목적 중심 블록체인 구축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비전 때문이다. 제이슨과 루카는 하나의 범용 블록체인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특화된 목적을 가진 다양한 블록체인들이 공존하며 발전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제이슨에 의하면 이러한 방향성은 너무 ‘당연한’ 흐름이다. 인터넷도 다양한 마이크로서비스들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냈듯, 블록체인의 세계도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인프라들이 맞물려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협력은 백엔드 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고, 유저들은 모르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인터넷만이 아닌, 인류 역사속에서도 잘 드러난 트렌드이다. 필자의 글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는 늘 분업으로 발전해왔음을 잊어선 안된다. 그런 맥락에서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어프로치라고 할 수 있다.
1.3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오히려 쉽고 직관적이다
그렇다면 목적 중심 블록체인을 구축함에 있어서 장애물들은 없을까? 목적 중심 블록체인의 구축에는 오히려 장벽이 낮다는 것이 루카의 지적이다. 과거를 보면 수많은 블록체인이 범용 목적 체인을 추구했으나, 실제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이더리움과 솔라나뿐이다. 반면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유저와 시장을 먼저 정의하고 블록체인을 구축하기 때문에 PMF를 찾고 리소스를 집중하기가 용이하다.
제이슨 역시 이와 유사한 관점을 제시했다.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빌더들의 목적성을 명확히 하고, 블록체인 재단이나 랩스가 집중해야 할 대상을 구체화할 수 있게 한다. 그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라며, 범용성보다는 목적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블록체인 구축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기존의 “좋은 블록체인을 만들면 유저가 올 것”이라는 접근과 달리,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유저를 먼저 정의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블록체인을 구축해야 유저가 온다”는 철학을 따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1.4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
하지만 수많은 블록체인들의 흥망성쇄를 봐왔던 필자의 입장에서, 범용 목적 체인이 아닌 블록체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문제는 바로 지속 가능성이었다는 부분이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으로 다가왔다. 이전 앱체인들의 실패 사례를 돌아보면, 지속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작은 시장 규모 대비 높은 인프라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지속적인 토큰 민팅이 필요했고, 이는 결국 토큰 가치 희석으로 이어져 블록체인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목적 중심 블록체인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루카와 제이슨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 앱체인과 달리 상당한 규모의 시장과 사례들을 타겟팅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루카는 스토리 네트워크가 겨냥하는 IP 시장의 잠재력을 언급하며, 해당 시장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킨다면 오히려 범용 목적 블록체인보다 더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관건은 블록체인의 접근 방식이 아닌, 타겟 시장의 규모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규모가 큰 사례와 섹터를 선정하고 블록체인을 설계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염려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2. 시사점 – 목적 중심 블록체인은 하나의 흐름이다
필자는 해당 스페이스를 직접 진행하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 스택도 ‘분업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 기존의 “블록체인의 문제는 확장성이다”라는 명제를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블록체인 업계는 속도와 확장성이라는 키워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프로덕트의 진정한 성공 요인을 간과했을 수 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정의’와 ‘고객에 대한 정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금까지 확장성에만 집중했던 수많은 블록체인들이 비논리적으로 보이고, 시장과 유저를 먼저 정의하고 이에 맞춰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토리와 앱스트랙트 같은 프로토콜이 더 논리적으로 다가온다.
기존 블록체인 유저들에게 더 나은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업계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없다. 블록체인을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하려면, 기존에 검증된 사례가 아닌 새로운 사례들에서 블록체인의 유틸리티를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블록체인 업계의 발전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물론 기존 블록체인들이 다루지 않은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서 목적 중심 블록체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제이슨과 루카가 언급했듯 이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들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고, 시장 전체가 아닌 특정 섹터나 사례에 집중해 프로덕트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앱스트랙트는 목적 중심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이들의 성공이 더 많은 빌더들을 목적 중심 블록체인으로 이끌 것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