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가 없네” 줄어든 투자 실탄…예탁금 한달새 6.4조원↓
블랙먼데이 이후 예탁금 59.4조→53조원…MMF 잔고도 8.6조 줄어
“시장 이끌 뚜렷한 주도주 없어…투자자들 주식 포지션 줄인 듯”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주식시장이 ‘블랙먼데이’ 이후 마땅한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605억원으로 3주 이상 52조~53조원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 5일 59조4천876억원고 비교하면 약 한 달 사이 6조4천억원 이상 급감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둔 잔금의 총합으로,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되찾지 않은 돈이다.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 것은 국내 증시의 활기가 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블랙먼데이(5일) 당일 투자자예탁금이 전 거래일(2일) 대비 5조6천억원 넘게 급증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예상보다 약했다는 평가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불확실성도 있고, 최근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주식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던 수출 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큰 점은 증시에 악재”라며 “미국 대선 레이스가 다시 본격화하는 다음 달부터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예탁금 수준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블랙먼데이 이전에도 예탁금은 52조~53조원 수준이었다”며 “지난해 50조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 것은 주식 매수의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흐름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내 개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조5천908억원이다. 같은 기간 기관은 1천429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2조161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이에 대해 김지현 연구원은 “일부 종목들에 거래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전반적인 자금 흐름은 제한되고 활기는 떨어지는 분위기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지난 5일 208조3천371억원에서 29일 199조6천751억원으로 8조6천억원 넘게 줄었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비교적 좋은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원할 때 환매할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같은 기간 19조2천941억원에서 17조8천441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후 주식을 사들인 금액으로, 이 잔고가 줄었다는 것은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진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