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드레이크가 제안한 이더리움 ‘빔 체인’, 무엇이 달라질까?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가 11월 방콕에서 열린 Devcon SEA 2024에서 새로운 합의 레이어 설계안 ‘빔 체인(Beam Chain)’을 발표했다. 그는 이를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라고 표현하며, 빔 체인이 이더리움의 확장성과 보안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빔 체인이 무엇이고, 이더리움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살펴본다.
# 빔 체인(Beam Chain)이란?
빔 체인은 이더리움 합의 계층(Consensus Layer)을 재설계하는 대규모 로드맵으로 △블록 생성 시간 단축 △싱글 슬롯 파이널리티(Single Slot Finality) △스테이킹 요건 완화 △포스트 양자(Quantum) 보안 등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빔 체인은 zk-SNARKs(제로 지식 증명) 기술을 도입해 거래의 정확성을 데이터 노출 없이 입증하도록 설계됐다. 드레이크는 이를 통해 이더리움이 ‘ZK 시대’로 진입하며,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처럼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블록 생성과 거래 확정: 네트워크 성능을 높이는 두 축
드레이크의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안은 슬롯 시간 단축(Slot Time Reduction)과 싱글 슬롯 파이널리티(Single Slot Finality)였다. 이 두 가지는 이더리움의 성능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슬롯 시간 단축으로 처리량 증가
슬롯 시간 단축은 새로운 블록 생성 주기를 줄이는 기술이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12초마다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지만, 빔 체인은 이 시간을 4초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블록생성은 일상생활에서 주문장을 제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블록 생성 주기를 줄인다는 것은 웨이터가 오더(주문장)를 빠르게 제출한다는 뜻이다. 데이터가 블록에 빨리 기록되면, 네트워크는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NFT 민팅이나 탈중앙화 금융(DeFi) 거래와 같은 혼잡한 상황에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네트워크가 개선된다고 보긴 어렵다. 블록생성은 주문장이 제출된 상태일 뿐 계약(거래)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성된 블록은 이후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싱글 슬롯 파이널리티, 즉각적인 거래 확정
거래 확정은 생성된 블록이 네트워크에서 최종 검증되어 더 이상 변경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는 고객의 주문한 요리가 테이블에 도착해 완료된 상태와 같다. 이 단계에서는 사용자의 거래가 완전히 확정되어 안전하게 기록되었음을 보장한다. 현재 이더리움에서는 블록 확정에 약 15분(2~3 에포크)이 소요된다. 이 긴 대기 시간은 전문 트레이더들에겐 MEV(Maximal Extractable Value) 추출 기회를 제공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 최대 채굴 가능 가치(MEV)는 블록 생성자가 거래 순서를 조작해 추가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용자 비용 증가나 불공정 거래를 초래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저스틴 드레이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싱글 슬롯 파이널리티(Single Slot Finality)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슬롯(4초) 내에서 블록을 최종적으로 확정함으로써 거래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다. 싱글 슬롯 파이널리티가 구현되면 블록 확정 시간이 4초로 단축돼 사용자는 대기 없이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거래소, 게임, 실시간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암호화폐 전송이나 거래소 거래에서 현재 몇 분 걸리던 확정 시간이 4초 수준으로 단축돼 사용자와 개발자의 경험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 낮아진 스테이킹 요구량, 새로운 참여 기회 제공
빔 체인은 검증자가 되기 위한 최소 스테이킹 요건을 현재 32 ETH에서 1 ETH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한다. 이는 더 많은 사용자가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네트워크의 분산화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드레이크는 이를 “신규 참여자를 위한 훌륭한 기회”라고 평가하며,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이 제안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ZK 기술 통합으로 확장성과 보안 강화
빔 체인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ZK 기술을 레이어 1에 직접 통합하는 혁신을 제안했다. 현재 주로 레이어 2 기술로 활용되는 ZK-SNARKs를 메인넷에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ZK 롤업 의존도를 줄이고 더 큰 거래량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드레이크는 이를 통해 가스비 제한 없이 대규모 블록을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이더리움을 양자 컴퓨터 위협에서도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빔 체인 도입 이후 레이어 2의 미래는?
레이어 2는 이더리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빔 체인이 제안하는 확장성 개선이 실현되면 레이어 2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드레이크는 빔 체인이 합의 계층(Consensus Layer)에만 영향을 미칠 뿐, 레이어 2의 구조를 직접적으로 변경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더리움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 역시 레이어 2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L1과 L2의 협력이 이더리움 생태계 최적화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 커뮤니티 반응, 기대와 우려 교차
발표 후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렸다. 많은 이들이 빔 체인의 장기적인 비전에 공감했지만, 다음과 같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타이밍 문제다. 빔 체인 구현에는 최소 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속도에 대해 일부 커뮤니티는 솔라나(Solana)와 같은 빠르게 발전하는 경쟁체인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드레이크는 “5년은 보수적인 추정치”라며, 개발이 순조로우면 더 빨리 완료될 수 있다고 답했다. 비용 절감과 속도 향상이 더 시급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드레이크는 빔 체인이 합의 계층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부분적 개선안임을 강조하며, 전체적인 이더리움 로드맵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더리움 역사상 최대 업그레이드 될까
빔 체인은 2022년 더 머지(The Merge) 이후 이더리움의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더 머지가 PoW에서 PoS로의 전환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99% 이상 줄였던 것처럼, 빔 체인은 확장성과 보안 측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드레이크의 제안은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더리움의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커뮤니티 합의와 기술적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빔 체인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성능과 탈중앙화는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