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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기 악순환에 성장률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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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악순환에 성장률 쇼크…2%대초반 하향 조정 불가피[상저하저 현실화]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던 수출이 최근 주춤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있어 내년에는 더욱 큰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올해만 놓고 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을 기록한 이후 2분기엔 -0.2% 역성장한 뒤 3분기에도 0.1% 성장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저하저’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예상했고 한국은행은 2.4% 성장을 내다봤지만 이 같은 기대가 어려운 만큼 정부와 한은이 금명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재정당국이 예산을 투입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쉽지 않다. 올 상반기에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이 집중 투입된데다 지난해 예상했던 세금 수입도 예상을 하회하면서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9월 생산·소비 감소세…반도체 생산 하락세로 위기감↑

지난 8월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생산과 소비는 9월 들어 다시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추석연휴로 인한 조업일수가 생산과 소비에 영향을 줬지만 건설업 부진이 이어지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하락세를 보인 것이 뼈아프다.

통계청이 지난 달 31일 발표한 ‘2024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보다 0.3% 감소했다. 광공업과 건설업이 모두 감소하며 생산이 하락했고 소비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생산은 기계장비(6.4%), 전자부품(4.7%) 등에서 늘었으나 반도체(-2.6%), 비금속광물(-9.6%) 등에서 줄어 전월대비 0.1%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0.7% 줄었고 건설업은 0.1% 감소했다.

지난달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서민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고 기준 금리는 내렸지만 은행의 가산금리가 올라 은행은 배부른데 가계 살림은 팍팍한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美 대선서 트럼프 재집권시 韓 수출액 감소 예상 나와

다가오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관새정책 변화로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 10월까지 13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고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지난 10월 125억 달러가 넘는 호실적으로 수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표한 ‘2024 미국 대선 :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재선 시 글로벌 관세정책의 변화에 따라 우리 총수출액이 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봤다.

KIEP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보편적 관세 10~20%포인트(p)를 부과하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152억~304억 달러 감소하고, 제 3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한국산 중간재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GDP 성장률 2% 초반 전망…4Q 전망치 햐향 예상

올해 우리나라는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불투명한데 내년 이후 주요국의 정책 변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저성장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다.

올해 GDP 성장률은 2%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은은 각각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2.6%, 2.4%를 예상했지만 올 3분기 0.1% 성장에 그치며 연간 전망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1.4% 성장률보다는 나아졌지만 정부가 올해 경기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상했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력 수출 품목의 선전이 이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2% 초반대 경제성장률 달성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2%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이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 정부도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돈 없는 재정당국, 경기부양 위한 확장재정도 여력 없어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재정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진단이다. 상반기 조기집행을 통해 대부분의 재정을 쏟아부은데다 하반기엔 세수 결손으로 곳간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당초 올해 367조3000억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7월까지 걷힌 세금은 208조8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연말 기준으로는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화했다.

쪼그라든 세수에 조기집행 확대 여파로 나라살림의 재정건전성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8월 기준 관리재정수지는 84조2000억원 적자를 보였다.

하지만 상반기 신속집행의 영향으로 총지출 증가폭이 전년대비 21조3000억원 늘어난 447조원을 기록했는데 법인세수가 예측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통합재정수지는 50조4000억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84조2000억원 적자였다.

기업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재정이 꼭 필요한 시기에 투입돼야 하는 것도 당연한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돈이 없어서 지켜만 봐야하는 상황이다.

◆최상목 “우려할 상황은 아니야…재정확대는 반대”

기재부는 예상을 웃도는 수출 회복세가 본격화될 수 있는데다 하반기 물가 안정,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증가로 소비 제약 요인이 완화되면서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에 그친 것과 관련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약하게 나온 것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GDP 순환변동치를 살펴보면 지난해 2분기에 바닥을 찍은 뒤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GDP 성장률은 4분기 숫자가 어떻게 나오든 지 잠재성장률 이상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까지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재정의 운용 원칙에 대해선 “재정에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경제 상황이 일반적인 재정 확대를 통한 부양보다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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