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닷펀 사태: 인간과 도구 그리고 자유 – 포필러스
Key Takeaways
- 솔라나 기반의 밈코인 런치패드로 시작한 펌프닷펀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있다. $100M의 프로토콜 수익을 달성하기까지 217일이 걸리는등, 앱을 대표하는 토큰이 없이도 전례없는 수익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
- 하지만 관심과 재미를 자산화하는 것이 핵심인 펌프닷펀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 정도가 점점 윤리적인 선을 넘어가고 있다. 해서 블록체인 업계의 사람들중 일부는 펌프닷펀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펌프닷펀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고, 펌프닷펀을 악용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라이브 스트리밍 피처를 중단하기로 발표하였다.
- 펌프닷펀에서 일어나는 일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일이고, 일부는 불법적이기까지 하지만 그것을 중단시키고 규제시키는 것이 과연 능사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한다. 도구는 언제나 목적이 없고, 그 도구로 행동을 행하는 행위자만이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펌프닷펀을 규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가? 이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하는 지점들이 꽤 많다.
[포필러스 김남웅] 2024년 크립토 시장은 ‘밈코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밈코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대단했다. 도지코인(Doge)으로 시작된 밈코인은 이제 단순히 강아지를 넘어서 다양한 동물들, 특정 사건이나 유명 셀럽들, 그리고 유명인과 관련된 밈들도 토큰으로 발행되어 열심히 거래되고 있다. 이런 토큰들이 100억, 1000억, 심지어 1조의 시가총액을 달성하는 밈코인들이 탄생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러한 밈코인 슈퍼사이클의 중심에는 솔라나와, 이제는 솔라나의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된 펌프닷펀이 자리하고 있다. 펌프닷펀은 솔라나가 이번 밈코인 슈퍼사이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밈코인 런치패드로, 굉장히 심플한 UI를 통해 누구나 쉽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다양한 밈코인들이 실시간으로 발행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물론 펌프닷펀으로 발행된 밈코인이 쉽게 거래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해 준 여러 솔라나 기반 디파이 애플리케이션들도 밈코인 슈퍼사이클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밈코인 런치패드로 시작하여 초히트를 친 펌프닷펀은 이제 어텐션 이코노미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블록체인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에, 오늘은 펌프닷펀의 현황과 여러 가지 논란, 그리고 이 논란들이 크립토의 정신(Crypto’s Ethos)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배경 – 밈코인 런치패드에서 어텐션 이코노미의 극단까지
4,875억 원. 필자가 글을 쓰는 시점(2024년 11월 26일)을 기준으로 펌프닷펀이 벌어들인 수익이다. 펌프닷펀이 탄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약 5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은 실로 대단한 수치이다($100M의 수익을 달성하기까지 약 217일이 소요되었다). 성장 속도로 따지면 펌프닷펀의 성장세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다.
물론 펌프닷펀이 성공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크립토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펌프닷펀은 블록체인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던 기존 유명 인사들까지 대거 유입시켜 블록체인 업계 밖으로도 입소문을 냈다. 대표적으로 케이틀린 제너와 이기 아잘레아가 펌프닷펀을 통해 자신만의 토큰을 발행한 유명인들이다.
이와 더불어 솔라나 생태계의 전반적인 성장이 펌프닷펀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풍부한 유동성과 탄탄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다양한 밈코인들이 탄생하고 거래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밈코인 런치패드인 펌프닷펀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켰다. 더욱 놀라운 점은 펌프닷펀을 통해 만들어진 토큰들 중 일부가 상징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는 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24년 미국 대선을 상징하는 밈코인 $PNUT와 AI와 암호화폐의 결합을 상징하는 $GOAT가 있으며, 이러한 성공 사례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펌프닷펀으로 끌어들였다.
펌프닷펀에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기능이 있다. 바로 트위치와 같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특정 토큰을 홍보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다. 실시간으로 토큰 보유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혁신적이었던 탓인지, 라이브 스트리밍 도입 이후 펌프닷펀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펌프닷펀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도 바로 이 라이브 스트리밍에 있다. 실시간 영상 송출이 가능하고, 밈코인이 본질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이 두 가지 조건이 결합되어 일부 사용자들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기행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This week on pump fun:
– Man pretending to be a dog
– Man sitting on a toilet and refusing to move until coin hits 25 million.
– Man threatening to shoot his dog if the coin doesn’t hit 1 million.
– Man threatening to hang himself if the coin doesn’t hit 1 million.
– Young…
— T.M.A (@Tma_420) November 25, 2024
최근 1주일 동안에만 1) 강아지인 척 하는 인간이 스트리밍을 하기도 했고 2) 자신의 토큰의 가치가 $25 million이 되기 전 까지 화장실에서 나가지 않는다거나 3) 자신의 토큰의 가치가 오르지 않으면, 자신의 반려견을 총으로 쏴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하였으며 4)토큰의 가치가 자신이 원하는 가치까지 도달하지 않으면 자신의 가족을 샷건으로 쏴 죽이겠다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이 외에도 하루에 수십개의 기행들이 라이브 스트리밍 되면서 블록체인 업계에선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기도 하였고 결국 펌프닷펀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여 라이브 스트리밍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단순히 블록체인,크립토를 넘어서서 시장과 인간, 그리고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되는 시간을 가졌다.
2. 시사점 –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크립토와 블록체인 기술이 인간들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도 중립화폐(Neutral Currecny) 또는 중립 상품으로써 큰 가치를 가지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들도 충분히 탈 중앙화 되어있다면 그 자체로 중립적인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초창기에 블록체인에 열광했던 이들은 이러한 분산 시스템이 특정 주체에 의해서 중단되거나 방해받을 수 없기 때문에 열광했다.
물론, 이러한 가치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빌게이츠는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을 “죽음의 기술”이라고 비방하였다. 비트코인과 같이 어느정도의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자산의 경우 마약이나, 매춘, 살인청부와 같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자산은 이제 주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나 이번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비트코인과 암호자산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이다. 빌게이츠는 죽음의 기술이라고 비방했던 블록체인과 크립토가 어째서 이제는 주류로 편입을 논할 수 있었을까? 그야 이 기술이 가져오는 득이 실보다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기술은 양면성을 갖는다. 더 나아가 모든 ‘도구’는 양면성을 갖는다. 그 이유는 도구를 쓰는 주체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위대한 실존주의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에 따르면 도구의 의미는 인간의 사용 목적과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칼은 인간이 무엇을 자르거나 썰기 위해서 존재할 때 의미를 갖는다.
비트코인도 그 ‘도구’ 중 하나다. 비트코인과 암호자산이 ‘나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는 것은 칼이 요리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칠 때도 사용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도구를 사용해서 나쁜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그 도구를 금지해야만 할까? 그렇다면 그 도구가 가져온 효율성과 편의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비트코인은 실보다 득이 많기에 이제 점점 주류로 가고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펌프닷펀의 경우엔 어떨까? 이 역시 마찬가지다. 펌프닷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기행들은 펌프닷펀 그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펌프닷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펌프닷펀에서 여러 기행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펌프닷펀을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은, 비트코인이 마약거래나 매춘과 같은 곳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금지’해야한다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그리고 만약에 정부나 기관이 블록체인 또는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금지’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실제로 안쓰이겠냐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 특정 주체가 블록체인 또는 그 위에 구현된 애플리케이션을 완벽하게 금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필자가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부분은, 크립토에 종사하며 빌게이츠의 논리를 “멍청하다”라고 비난했던 이들도, 같은 논리로 펌프닷펀의 금지 또는 규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서 묻고싶다. 그러한 논리로 비트코인을 규제해야 한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펌프닷펀을 규제한다고 하여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행을 일삼는 일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관심을 모네타이징 하는 것은 펌프닷펀 말고도 유트브, 트위치등 많았다) 말이다.
내 답은 둘 다 아니다이다.
2.1 크립토는 그저 도구를 만드는 산업이다. 사용하는 것은 사람들
블록체인과 크립토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바로 중립성이다. 무색무취하기에 누가 이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도구의 색깔과 모양이 바뀐다. 사토시가 처음에 비트코인을 만들 때 룬스나 오디널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도’로 그렇게 사용된 것처럼 모두에게 개방된 시스템은 집단(또는 커뮤니티)의 복잡성을 그대로 포용하고 절대로 개인으로선 상상하고 구현할 수 없었던 결과물들을 만들어낸다.
누가 펌프닷펀이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는가? 누가 펌프닷펀에 이런 기행들이 벌어질 줄 알았는가? 솔라나가 밈코인 슈퍼 사이클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줄 알았는가? 블록체인의 이러한 모습은 자유지상과도 많이 닮아있다(좀 더 엄밀히 말하면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자생적 질서라는 개념과 닮아있다). 사람들이 복잡하게 맞물려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때로는 파괴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재미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나쁘지 않다. 나쁜 의도도 없다.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들도 그렇다. 그것이 나쁘게 보인다면, 그 책임은 언제나 사용하는 사람들에 있는 것이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