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에 주가 빠지고 환율 들썩…악재 쏟아진다 안갯속 韓경제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아직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등 트럼프 당선 충격이 우리나라 경제를 뒤흔드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새로운 3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는 분야는 원·달러 환율이다. 지난 4일 1370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3일 장중 1410원대로 치솟으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인해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불확실해진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00원이 지속되자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성 발언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시도했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 수입 곡물가격 및 원부재료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수입 물가 급등은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내수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환율상승→수입액 증가→경상수지 악화→외환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수입물가 상승→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서민경제 악화→내수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론 미국이 경기 둔화 우려를 낮추기 위해 정책 수위 및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인데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 기업들이 판매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 1200~1300원을 기준선으로 삼아 환율이 치솟으면 매도 우위의 경향을 보이고 환율이 아래로 형성되면 매수하는 경향이 짙다. 환율 하락은 국내 증시에 변동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현재 환율만 놓고 볼 때 원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외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국내 증시 불안 가중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 경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환율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금 확보도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구두개입을 했지만 1400원대로 치솟은 환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 명단에 다시 올렸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7%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로 환율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 이상을 형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경기 둔화 우려를 낮추기 위해 정책 수위를 조절해야지만 안정화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완전하게 세팅되기 전인 내년 상반기까지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후엔 14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내려도 강달러 현상을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내년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