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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1.9%도 위태…”추경 필요” 목소리 내는 한은


잠재성장률 2%에도 못 미쳐…이창용 총재 “재정 통한 경기부양 필요”
계엄·탄핵 사태 따른 민간소비 감소도 현실로
‘0%대 잠재성장률 피하려면…구조개혁 통한 출산율 제고·생산성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기자 = 내년과 내후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로 낮아진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극적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 예산안이 오히려 내년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을 경고하며 연일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단기적 경기 부양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올리고 규제 완화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로 생산성을 키워야 0%대 잠재성장률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조언이다.

◇ “현 예산안 내년 성장률 0.06%p 낮출 위험”

한은은 19일 새 산출 방식으로 추정한 2024∼2026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로 제시했다.

잠재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 경제 규모를 말한다. 잠재성장률은 이 잠재GDP의 증가율로, 한 나라 경제의 잠재력 또는 기초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연평균 5.0%에서 15년 뒤인 2016∼2020년 절반 수준인 2% 중반으로 급락했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포함한 2021∼2023년 2.1%로 더 떨어졌고, 2024∼2026년 2.0%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잠재성장률 하락도 문제지만, 이처럼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질 GDP 성장률도 고민거리다.

앞서 지난달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예상치로 각 1.9%, 1.8%를 제시했다. 잠재성장률보다 0.1%포인트(p), 0.2%p씩 낮다.

실제 생산 수준(실질GDP)이 잠재GDP에 미치지 못하는, GDP갭(실질GDP-잠재GDP)이 음수(-)인 이런 상태는 생산 설비나 노동력 등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내년 1.9% 성장률은 벌써부터 달성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재정을 통한 정부 소비 등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을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p가량 긴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진 만큼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추경안이나 중요한 경제 법안이 여야 합의로 빨리 통과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7일에도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똑같이 ‘-0.06%p’ 수치를 언급하면서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은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탄핵 사태 여파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과 성장률 하락도 우려된다.

한은에 따르면 이미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달 4∼13일 신용카드 일평균 사용액은 2조5천102억원으로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3% 정도 줄었다.

이 총재 역시 “수출은 예상대로 유지되는 것 같지만, 소비 지표인 카드 사용액은 생각보다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특히 경제 심리 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 인구·혁신 모두 부족…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 0%대 진입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1.8%) 1%대로 주저앉고, 2040년대(2040∼2044년 0.7%·2045∼2049년 0.6%)엔 0%대 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 잠재력이 이처럼 빠르게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 감소다.

이번 분석에서 활용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중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의 증가율은 2020년 전반 연평균 0.4%에서 2040년대 후반 -0.7%로 무려 1.1%포인트(p)나 떨어진다.

결국 저출산 현상이 노동 투입 증가율 하락을 통해 잠재성장률 훼손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인구뿐 아니라 생산성도 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 총요소생산성은 추세적으로 떨어져 잠재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 2001∼2005년 연평균 2.1%p ▲ 2006∼2010년 1.7%p ▲ 2011∼2015년 1.2% ▲ 2016∼2020년 1.5% ▲ 2021∼2026년 0.7% 등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총요소생산성은 경제 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기술 수준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비효율적인 데다 기술 혁신에 따른 생산성 개선도 부진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투자가 둔화하는 흐름도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인구 고령화도 자본 축적 속도를 더 늦추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도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 사교육·양육 부담 덜어주고 일·가정 양립 도와야 잠재성장률↑

다만 한은은 이런 우울한 전망이 아직 현실이 아닌 만큼,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을 줄이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2040년대 후반의 잠재성장률은 0.6%보다 약 0.7%p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창업 지원을 통해 혁신의 질을 높이고 AI 등 첨단 기술로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키우는 동시에 교육제도 개편 등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만약 우리나라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만 회복돼도,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0.1%p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일·가정 양립과 여성 경력 단절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사회 서비스 확충을 통한 양육 부담 경감, 사교육 부담 완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사회 전체 자원을 잘 활용해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구조개혁을 잘 추진하면 1% 이상의 안정적 잠재성장률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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