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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라인야후에 왜 저렇게까지?… “AI 핵심 국가경쟁력 문제”


몸값 올라가는 데이터의 ‘곳간’ … “日, 사고 빌미로 문제 확대”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일본 정부의 네이버-라인야후 자본관계 재검토 행정지도가 라인야후 경영권 침탈 의혹으로 번지자, 근간에는 한 회사의 경영권보다 중요한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국가경쟁력 확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5일 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정부는 기업의 개별적 판단에 달린 문제라며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개발하고 소유였던 일본 내 ‘국민 메신저’ 서비스가 일본에 귀속되는 단순한 결과 이상의 파급력 큰 문제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 일본인 80%가 쓰는 메신저…”AI 시대 ‘쌀’ 생산지”


지난 3월 현재 일본 내 라인 메신저 사용자 수(MAU)는 약 9천7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0%에 달한다.


일부 고령자나 영유아를 제외하고 스마트폰을 보유한 일본인이라면 거의 사용하는 셈으로, 지방자치단체 행정 시스템과 업무용 라인웍스, 간편결제, 음식 배달 등 각종 생활 서비스와 연계된 플랫폼으로서 사용자의 업무·금융·생활 전반에 걸친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지금은 AI 기술 발전이 엔비디아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반도체에 달린 것으로 보이지만 곧 AI를 돌리게 될 진짜 ‘쌀’은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IT 업계 정설이다.


AI 모델들이 지금 추세로 학습을 지속할 경우 2028년께 인간이 만들어낸 공공 데이터(public text)가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본 인구가 라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매일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텍스트와 데이터의 값어치는 지금보다 훨씬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에서 국민 메신저 지위를 카카오톡이 가지고 있고 네이버는 네이버 블로그 등 자사의 텍스트 기반 플랫폼의 인기가 해외 빅테크 플랫폼에 밀려 시들해진 상황에서 라인을 통해 얻는 데이터 가치가 더 절실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또, 라인야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는 한국어와 언어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일본어여서 AI 학습용 데이터로서 효용도 높다는 평가였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양의 AI 학습용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서 나아가 클라우드 사업자(CSP)로서 레퍼런스를 확보할 계획으로도 알려졌었다.


이번에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네이버클라우드는 라인야후로부터 클라우드 기능을 위탁받은 CSP다.


보안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온디바이스 기반 AI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지만 오픈AI 등 유력 AI 개발사들은 여전히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AI 생태계에서 클라우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보안 사고로 일본 측이 서비스 분리를 요구하는 빌미를 줬지만, 네이버클라우드는 라인야후의 클라우드 제공사로서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라인플러스를 통해 동남아 등 시장으로 네이버 AI 생태계를 확장하려 했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 국내서 기 못 펴는 클라우드 경쟁력…”일본이 기회였는데”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클라우드 업체 선두 주자이긴 하나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인야후와 결별은 역량 강화 기회의 손실이라는 분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는 아마존웹서비스(AWS) 62.1%, 2위 마이크로소프트 12%, 3위 네이버 7% 순이었다. 국내 1위 사업자가 전체 시장 10%를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IT 당국 한 관계자는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인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카카오[035720], NHN[181710] 등은 국내 민간 부문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가려고 애쓰고 있는데 (빅테크의) 경쟁력이 매우 커서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민간 부문에서 실적을 내기에 힘에 부친 국내 클라우드 사들은 AI 디지털 교과서 등 공공 부문 클라우드 시장에서라도 역량을 쌓으려는 시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클라우드의 라인야후 서비스 수탁은 국내 클라우드 산업 자생력 확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데서 이번 자본관계 재검토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


◇ 선 넘는 일본 정부 vs 원칙론적 한국 정부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기초체력이 약하다 보니 IT 당국은 클라우드 업계에 ‘선 자율규제, 후 독과점 규제’ 원칙을 기조로 정하고 있다.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이 우선 과제다 보니 함께 뛰는 글로벌 빅테크 클라우드 업체에 대한 규제가 아직 약할 수밖에 없는데, ‘클라우드 주권’ 보호에 대한 당국의 노력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2021년 AWS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한 야놀자 등 4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러한 일이 재발했을 경우 우리 정부가 일본처럼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최근 러시아 백신 ‘카스퍼스키’의 역내 사용을 금지하는 등 ‘보안 주권’은 각국에서 민감하게 다루는 추세”라면서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서 침해사고가 생기자 보안 주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이를 빌미로 정치·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 관계자는 “외산 클라우드에서 침해 사고가 터졌을 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하는 경우 법에 따른 제재를 하며 서비스 장애 등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령상 시정명령 등 제재한다”면서 “다만 국내외 법적인 근거나 타당한 이유가 없이, 그리고 국제 통상질서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조치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이유로 AI·클라우드 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소유권에까지 목소리를 낸 일본 정부의 대응과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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