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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비트코인 ATM’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비트코인(BTC)은 2009년 1월 4일 ‘제네시스 블록’의 생성과 함께 첫 블록 활동을 시작했다. 이 블록에는 당시 더 타임스(The Times)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 담겼다. “재무장관, 은행에 두번째 구제금융 임박(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이라는 문구다.


은행 구제에 관한 기사 제목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비트코인 탄생의 배경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 백서와 P2P포럼에 남긴 글을 보면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신용 기반의 화폐 시스템이 아닌 금본위제에 기반한 방식으로 설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금본위제는 화폐의 가치가 금의 보유량에 따라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이는 화폐 발행이 무제한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하다.


# 신용이 돈이 되는 세상


1970년대 금본위제가 무너진 뒤 세계는 각국 정부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에 따라 화폐를 발행했다. 그리고 신용은 화폐의 양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 신용 사회는 중앙은행 만이 실물 지폐를 발행할 권한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무분별하게 돈을 찍어낼 수는 없다. 국가는 물가를 안정시킬 의무가 있고 다른 국가와 화폐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의 실제 발행과 별개로 시회에는 더 많은 돈이 유통되고 있다. 이는 시중 은행들이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은행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실물 지폐를 기반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이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대출이 반복되면서, 신용을 기반으로 화폐가 계속해서 순환하며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1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법적으로 정해진 지급준비율 10%를 제외한 나머지 9만원을 대출해준다. 대출된 돈은 결국 은행으로 돌아오고 은행은 이 금액 중 10% 만을 남기고 다시 대출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신용을 기반으로 화폐가 순환하며 발행되는 신용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고객들이 만일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려 한다면 은행은 지급준비율에 따라 전체 예금의 일부만을 보유하고 있기에 즉각 모든 예금을 돌려줄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뱅크런(Bank run)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사토시는 P2P 포럼 게시글에서 “은행은 우리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했지만 실상은 약간의 유보금만 남기고 대부분의 돈을 대출해 신용 거품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는 비트코인의 수량을 금본위제 처럼 제한해 총 2100만 개로 고정했다. 이를 통해 무한정 화폐를 발행할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제품은 생산했는데 화폐가 부족해서 소비로 연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던 금본위제 처럼 비트코인 역시 화폐로 이용할 경우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 10년 만에 다시 들어온 ‘비트코인 ATM’


그렇기에 최근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보다는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현금자동인출기(ATM)와 같은 화폐로서의 활용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8일 비트코인 ATM 맵에 따르면 전 세계 68개국에서 약 3만8274대의 가상자산 ATM이 운영 중이다. 가상자산 ATM은 처음 도입 당시 비트코인을 전용으로 했기에 비트코인ATM으로 많이 불렸다. 이후 ATM에는 이더리움(ETH), 테더(USDT) 등 여러 가상자산이 추가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서울 명동에 가상자산 ATM이 설치됐다. 10년 전 서울 코엑스에 비트코인 ATM이 처음 설치된 이후, 국내에 다시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가상자산 ATM은 고객확인제도(KYC) 기능을 추가해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 가상자산 ATM을 들여온 이종명 다윈KS 대표는 “금의 가치가 거래를 통해 형성된 것처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도 서로 간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화폐 가치가 만들어졌다”다면서도 “블록체인의 기술력과 별개로 비트코인 탄생 이후 금융범죄에 다수의 가상자산이 연루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종명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확실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본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핵심 업무 중 하나는 본인확인이다. 점포에서는 이것이 쉽게 이뤄지지만 비대면에서는 여러 기술적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여권, 신분증을 빠르게 인식하는 스캐너 기술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다윈KS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비대면 KYC 보유 기술에 대한 검증을 인정받아 지난 2020년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과 연동한 크립토 ATM·POS 규제샌드박스 인증을 취득했다.


# “한국, 가상자산 ATM 모범 사례로 만들 것”


하지만 이러한 성장과는 별개로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가상자산 ATM은 자금세탁방지(AML)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3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ATM 관련 사기 피해 금액은 1억1000만달러로, 이는 2020년의 1200만달러 대비 약 10배 증가한 수치다.


이종명 대표는 “비트코인 등장 이후 많은 범죄자들이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요구했지만 결국 그들이 필요로 한 것은 여전히 달러였다. 당시 가상자산 ATM은 본인 인증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쉽게 비트코인을 달러로 교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미국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실명 거래를 의무화하는 트래블룰을 도입했으며, 한국도 이에 맞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제정해 관련 규제를 신속히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이 도입됐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의 많은 ATM에서는 본인 인증 절차가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종명 대표는 “현재도 여러 나라에 설치된 많은 ATM에서 본인 인증을 제대로 처리하는 기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도입된 가상자산 ATM은 본인인증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만큼 앞으로 세계의 모범 사례로 만들어 이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년 만에 다시 한국에 도입된 만큼 규제와 법규를 철저히 지키고 계속 당국과 소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명동에 설치된 가상자산 ATM은 우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USDT 등 제한된 코인만 취급한다. 또한 트래블룰이 적용되는 해외 거래소만 서비스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종명 대표는 “ATM 설치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조차도 아직 본인 인증이 제대로 작동하는 ATM이 없는 상황이기에, 한국을 전 세계 표준 사례로 만들고 싶다”며 “시행 초기인 만큼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용자 범위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블록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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