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금지는 국가 통화 안보 위협… 달러 지배력 약화 가능성
[블록미디어 박현재] 톰 하워드(Tom Howard) 코인리스트 재무상품 및 정책 헤드는 최근 미국이 테더(USDT)와 같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금지하면 달러의 글로벌 지배력이 약화되고, 미국내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미국의 금융 공백을 외국 경쟁국들이 채울 가능성도 커진다.
# 스테이블코인 금지, 정책적 오류 가능성
최근 미국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법(Stablecoin Act)’ 초안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중대한 정책적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글로벌 기축통화는 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급될 때 그 힘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이를 미국내로 회수하려는 시도는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외화 공급이 국제 수요를 강화하지만, 과도한 회수는 미국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제 이론이다.
미국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혁신을 미국내로 유치하는 것은 긍정적인 조치일 수 있지만, 통화 정책 차원에서 달러 회수는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를 해외에 더욱 확산시켜 기축통화로서의 힘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글로벌 시장이 원하는 것은 ‘미국 외 발행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미국 외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았다. 경쟁사인 서클(Circle)이 USDC의 해외 확장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호도는 미국 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으로 기울어 있다.
사용자 연구 결과, 미국 은행과 연결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인식되는 반면, 미국 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더 자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부의 금융정책이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정부의 통화정책 개입을 우려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이들은 미국 달러를 사용하길 원하지만, 미국 은행 시스템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제재권 남용에 대한 우려, 국경 간 송금 과정에서의 계좌 동결 사례 등이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작용하며, 미국 외 발행사가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테더가 미국 은행 시스템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면 상당한 사용자 기반을 잃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기업들이 그 수요를 채우려 할 것이다.
# ‘금지’의 의미와 잠재적 파장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세 가지 방식으로 금지가 적용될 수 있다.
1. 미국 외 등록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내 발행 금지
이는 당연한 조치로, 미국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미국 규제를 받아야 한다.
2. 미국 외 등록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금지’
결제 서비스, 거래소 거래, 개인 간(P2P) 거래 등에서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한하고 국제적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
3. 미국 금융 시스템과의 단절
미국 금융 기관이 미국 외 등록 스테이블코인과의 모든 거래를 차단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테더는 약 1000억 달러 이상의 미 국채 보유 자산을 처분해야 하며, 이는 미국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금지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
스테이블코인 금지는 미국의 금융 및 외환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달러 유동성 감소
스테이블코인 거래 제한은 달러의 유동성을 약화시키고, 사용자들은 더 높은 거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 미미국내 인플레이션 위험 증가
해외 은행이 보유한 달러가 줄어들면, 미미국내 금융 시스템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미국이 제공하지 않는 시장 수요를 외국 경쟁국들이 채우게 되며, 이는 달러의 글로벌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 해외 은행의 달러 보유 축소 및 중국의 대체 기축통화 전략
테더가 미국 은행에 자산을 이전해야 한다면, 이는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미국으로 회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미국내 대출 공급이 증가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 동시에, 해외 은행의 달러 보유량이 줄어들면서 국제 무역에서의 달러 사용이 위축될 수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달러화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는 자체 통화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현금 중심의 달러 거래로 운영된다. 이처럼 해외에서 디지털 달러 기반 경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미국이 이러한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이미 USD 대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1000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RMB) 기반 채권을 발행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을 줄이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만약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지된다면, 중국은 금이나 위안화 기반 USD 대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USD 수요를 잠식하고 공급을 대체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
# 보다 나은 해결책: 제한적 규제 허용
미국은 스테이블코인법을 개정해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이를 ‘등록되지 않은 고위험 자산’으로 명확히 구분한다.
– 미국 내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보다 높은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대가로 더 많은 혜택을 제공받도록 한다.
–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USD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운영되도록 유도해 달러의 글로벌 위상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달러의 글로벌 지배력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 위험을 최소화하며, Web3 및 디지털 금융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