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의 재구성: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기반
[블록미디어 박현재]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크립토)이 새로운 글로벌 협력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집중식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자원 배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협력의 역설을 드러냈다. 우리는 며칠 만에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하고, 몇 달 안에 백신을 개발했으며, 수조 달러의 자원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병원은 기본적인 보호 장비조차 부족했고, 일부 국가는 의료 용품을 사재기하며 다른 나라들은 심각한 부족 사태를 겪었다. 데이터는 폐쇄적인 시스템 안에 갇혀 있었다.
과학계는 놀라운 협력 최적화를 보여줬지만, 동시에 자원(자본, 정보, 인재 등)을 대규모로 정렬하고 분배하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이것은 명백한 협력 실패였으며,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 리포지 리서치(Reforge Research)가 말하는 우리가 잃어가는 ‘보이지 않는 초능력’
협력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능력 중 하나다. 정치적 권력 구조부터 글로벌 위기 대응까지 모든 것을 형성한다.
1969년, 아폴로 계획은 40만 명의 인력, 2만 개의 기업,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한 목표에 집중시켜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우리는 기후 변화 대응, 만성 질환 확산 억제, 사회 분열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 부,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많지만, 협력의 단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의 숨겨진 위기다. 기술적 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협력 시스템은 붕괴하고 있다. 기존 기관과 중앙집중식 해결책은 초연결 디지털 세계의 속도와 복잡성을 따라가지 못한다. 신뢰를 구축하고 집단적 행동을 조직하는 기존 인프라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때 붕괴되고 있다.
# 협력 시스템의 붕괴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화석 연료 보조금은 7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세계 GDP의 7.1%에 해당하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은 자본 부족으로 고사하고 있다.
자산이 존재하지만 이를 공식화하거나 활용할 수 없는 ‘죽은 자본(dead capital)’ 문제도 심각하다. 2020년 기준, 미등기 부동산만으로도 9.3조 달러에 달했던 죽은 자본이 2025년에는 금융 자산, 산업 유휴 자본 등을 포함해 5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이는 단기 이익을 장려하는 시스템의 필연적인 결과였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레바논, 터키 등의 화폐 가치 하락도 자원 부족이 아닌 통화 정책과 거버넌스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AI 가속 시대에는 협력 실패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AI는 규제 속도를 신경 쓰지 않는다. 법안이 몇 년씩 걸려 통과된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는다. AI는 신뢰 기반 금융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도 관심 없다.
“AI는 우리가 협력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 크립토, 새로운 협력 기반이 될 수 있을까?
이제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크립토)은 새로운 협력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집중식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자원 배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신뢰할 필요 없는(permissionless) 시스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중앙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다.
– 불변성(immutability): 데이터 조작이 불가능하며, 신뢰가 필요 없는 투명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 조합 가능성(composability): 누구나 기존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축할 수 있어 협력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기존 협력 모델은 위계적(hierarchical) 조직(정부, 기업)과 시장 기반 모델(금융, 무역) 두 가지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기계 주도 경제(machine-led economy)에서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 미래의 협력 인프라 시장
우리는 향후 수십 년간 가장 큰 기회가 기존의 산업별 시장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 걸쳐 협력 문제를 해결하는 인프라 시장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데이터 및 암호학적 증명 시장 ($100T+):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검증을 통해 산업을 재편. 헬스케어, 물류, 공급망에서 데이터 조작 방지 기술이 필수.
– 디지털 및 프로그래머블 재산권 ($100T+): 자산의 소유권뿐만 아니라 활용 방식을 변화. 부동산, 지적 재산권 등 모든 자산의 토큰화 가능.
– 탈중앙화 인재 및 기계 노동 시장 ($50T+): 지리적 한계를 초월한 기여 모델 등장. 신뢰 기반 없이 즉각적인 보상이 가능한 탈중앙화 일자리 제공.
– 글로벌 결제, 유동성 및 신용 조정 시장 ($200T+): 국경 없는 금융 거래 및 실시간 결제 시스템 구축.
– 공급망 및 산업 협력 시장 ($50T+): 효율성뿐만 아니라 회복력을 고려한 탈중앙 공급망 구축.
– 탈중앙화 컴퓨팅, 에너지, 스토리지 인프라 ($50T+): AI 및 자동화 시대에 필요한 물리적 자원 배분 문제 해결.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크립토 산업은 여전히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확장성 문제, 에너지 소비, 투기적 과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기술들은 초기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크립토의 진정한 가치는 개별 토큰의 가격 변동이나 시장 가치가 아니다. 그것이 해결할 글로벌 협력 문제의 크기와 영향력이 진정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협력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지금이 바로 크립토를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기반으로 재구성할 순간이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