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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란에 원화 또 급락…환율 어디까지 치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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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혼란에 원화 또 급락…환율 어디까지 치솟나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폐기 이후 국정 혼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까지 더해져 원화값을 짓누르는 가운데 한동안 정치 이벤트에 따라 환율이 급등락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원·달러가 일시적으로 튀더라도 1450원에 멈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강달러 지속에도 비상계엄 때 1446.5원에서 브레이크가 걸린데 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가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최악의 경우 1500원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예상도 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환율은 전거래일 오후 종가(1419.2원)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에 마감됐다. 새벽 2시 종가(1423.0원)에 비해서는 14.0원 올랐다.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중 한때 1438.3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결과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과 야당의 탄핵 재추진, 시민 집회 등의 혼란에 외환 시장 불안감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깜짝 정치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하자 원·달러는 1~2시간 만에 40원 넘게 급등하며 한때 1446.5원까지 치솟았고, 2차 계엄 의혹이 불거진 지난 6일에는 한때 20원 가까이 치솟으며 1429.2원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탄핵안 폐기가 정국을 혼란의 소용돌이에 밀어 넣으며 환율에 불안 요소를 더했다고 진단한다. 트럼프 발 강달러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경기 부진에 이어 금투세 폐지 등과 같은 높아진 정책 불확실성이 원화값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브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대가는 한국의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펀더멘탈 부진 등의 이유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치 불안에 대외 신인도 하락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신용 등급이 하락할 경우 외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지속적 정치적 분열로 정책 결정 효율성과 재정이 약화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과 혼란에 외환시장이 출렁이며 한동안 원화값이 짓눌릴 것이라는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단기 고점에 1450원이냐 1500원이냐로 의견이 다소 갈린다.

비상계엄 당시 1440원대로 튀어오른 만큼 또 다른 정치 불안에 환율이 1500원대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1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4153억 달러에 불과한 만큼 심리적 방어선인 4000억달러 사수를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소극적 것이란 의견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국 금리 상승 및 강달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년 2분기까지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1500원을 목표로 달러 매수를 추천한다”고 했다.

노무라는 원화 약세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은의 외환보유액 대응 여력 부족, 1400원대 환율에 대한 정책 당국의 관점 변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헤지 유인 감소, 한국의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을 꼽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1500원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트럼프발 강달러에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다”면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결된 데다, 최근 달러 매도 추정 개입에 우리나라 환율 방어막인 외유고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반면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가 상방을 제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자산 보유액이 과도한 시장 불안과 원화 가치 급락 발생 시 증권·외환시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초 한국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면서도 기존 제시한 1450원을 환율 상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민연금와 외환스와프 500억 달러 연장과 RP매입 등 무제한 유동성 공급 의지가 확인되며 추가 상승 압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내 정치 리스크와 연동된 단기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나 결국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을 바꿀 만한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 “내년 1분기는 불확실성 지속 가능성 높으나 연간으로 보게 되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개입은 환율을 큰 폭으로 뛰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외환 보유고가 소진되며 외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너무 과도하게 환율을 낮추기 위한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치적 안정을 되찾아야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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