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한 경기불안 제물된 엔비디아…반도체株 호시절 가나
K하이닉스 ’15만닉스’로 추락…삼성전자 10개월만 ‘7만전자’ 위협
당분간 약세 전망 “많이 올랐던 만큼 충격 커”…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급락에 4일 국내 반도체주가 줄줄이 휘청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삼성전자[005930]는 전장 대비 2.62% 내린 7만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6만9천800원까지 내리며 지난해 11월 10일(6만9천500원) 이후 10개월 만에 7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6.48% 내린 15만7천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15만2천900원까지 하락해 지난달 5일(15만1천6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렸다.
아울러 한미반도체[042700](-6.72%), HPSP[403870](-6.27%), 이오테크닉스[039030](-5.40%) 등도 내리고 있다.
간밤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에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진 데다 엔화 강세 등에 미국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하회하자 경기에 민감한 기술주가 일제히 내렸다.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9.5% 급락했으며 브로드컴(-6.2%), AMD(-7.8%), 퀄컴(-6.9%) 등이 내리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8% 급락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안, 엔화 강세 등이 엔비디아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경기민감주 중심의 낙폭이 커지기 마련이며 연초 대비 118% 오른 엔비디아는 경기 불안의 제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 전망이 예상대로 단행될 경우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한 여파로 전날 달러/엔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며 엔화 강세 흐름을 연출했다”며 “이전 폭락장에서 경험했듯이 엔화 강세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과 연관이 있으며 엔화 강세가 기술주 매도 압력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엔비디아 주가 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주 약세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낮아진 성장 가속도, 블랙웰 판매 지연에 의한 3분기 수요 공백 등에 따라 엔비디아 주가는 단기적 관점에서 부침이 예상된다”며 “대선이 있는 해의 9월은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음을 감안할 때 시장에 민감한 엔비디아 주가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반도체주의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유효할 것이란 낙관론은 살아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반도체주가 기존에 많이 상승했던 부분이 (하락에) 더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을 거치면 중장기적인 성장 산업이기 때문에 눌림목을 바꿔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달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는 당분간 보수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급락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9월 후반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은행(BOJ) 회의를 전후로 또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며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를 한 후 BOJ에서 매파적인 입장이 나타나면 엔화 강세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수급 불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9월은 법인세 납부 등에 계절적으로 증시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저점 매수 기회가 올 것”이라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하며 포트폴리오 투자 시 음식료, 화장품주 등 내수주 중심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는 악화된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오는 5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ADP(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 민간고용이, 6일에는 미국 8월 비농업부문 고용과 실업률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단 오늘 국내 증시는 하방 압력을 받겠지만, 이번주 목요일 ISM 서비스업 PMI와 주간 실업수당청구건수, 금요일 실업률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상황 반전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경수 연구원은 “제조업 지표 부진에 증시가 충격을 받은 만큼 고용지표보다는 전체적인 미국의 제조업 흐름이 중요하다”며 “향후 지표들을 보면서 지금 침체인지 아닌지 보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