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 인상”…한국 금융시장 영향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7월 금융정책회의에서 4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 다만, 추가 인상 여부가 불투명하고, 상당기간 유동성 공급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엔화는 더 이상 급격한 강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엔화 추가 강세 가능성 제한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일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슈퍼엔저에 BOJ, 4개월 만에 금리 인상
3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BOJ는 이날 단기 정책금리를 0.00~0.10%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 금리가 0.3% 전후였던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이와 함께 BOJ는 매 분기 약 4000억엔을 순차적으로 축소해 현재 월 6조엔 수준인 국채 매입 규모를 2026년 1분기에 월 3조엔으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2025년 6월 중간 검토를 통해 채권 축소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BOJ는 지난 3월 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지만 이후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슈퍼 엔저에 물가가 2% 넘게 오르고 경기도 회복된다고 판단해 이달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즈오 총재는 “역사적인 엔화 약세로 물가가 예상 이상으로 상승하면 침체가 계속되는 개인 소비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며 “지속적, 안정적으로 2%의 물가 목표를 실현하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추가 인상 없을 것…엔캐리 청산 우려 낮다”
하지만 BOJ의 금리 인상에도 어느정도 예상됐다는 점과 연내 추가 인상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향후 엔화의 급격한 반등을 보이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양적완화 축소 지연 등 당분간 상당 규모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유지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엔화를 빌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OJ가 오랜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일본 투자자 사이에서는 저렴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트’가 성행했다.
통상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불리는 일본 투자자들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투자한 해외자산 규모는 최대 20조 달러(약2경6700조원)에 달한다. BOJ가 본격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자금 일부가 일본에 되돌아 가면서 금융 시장에 출렁일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상이 불투명하고 양적완화 축소 지연 등 당분간 상당 규모의 유동성공급 정책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엔화의 급격한 추가 강세는 없을 것”이라면서 “엔화의 급격한 추가 강세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는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BOJ의 연내 동결을 전망하며 4분기까지 정책 공백기가 전개될 것으로 엔·달러 환율의 점진적 하락이 전망되나 강세 폭은 크지 않다”며 올해 4분기 평균 148엔, 연평균 150엔 수준을 예상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2엔대에서 등락했다.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전일대비 6.65원 오른 100엔당 900.88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8.8원 내린 1376.5원에 마감했다. 1370원대 환율은 이달 12일 이후 20여일 만이다.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