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킬러앱 부재로 고전…”지난달 나온 앱 10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애플이 연초에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부진한 시장 반응에 직면한 데에는 ‘킬러 앱’을 비롯한 콘텐츠 부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분석업체 앱피겨스 자료를 인용해 ‘비전 앱스토어’에 비전프로 용으로 출시되는 애플리케이션(앱) 숫자가 매월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난달 출시된 신규 앱은 10건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월별 출시된 앱 숫자를 보면 1월 276건, 2월 300건이었지만 3월 89건으로 급감한 뒤 하락세를 이어왔고 8월에는 17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기준 앱스토어상에서 비전프로용 앱은 1천770건 수준이었는데, 이 가운데 비전프로 전용으로 만들어진 앱은 34%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기존 앱에 비전프로용 기능이 추가된 형태였다는 게 앱피겨스 설명이다.
애플은 지난 8월 비전프로용 앱이 2천500개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앱피겨스 측은 일부 앱은 이용자가 너무 적어 분석과정에서 파악이 어려웠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비전프로 생태계 구축 지연은 아이폰이나 애플워치와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앱스토어 출범 이후 약 반년간 나온 아이폰용 앱은 5만개가량이었고, 애플워치 앱은 출시 후 5개월간 1만개 정도 됐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비전프로용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비전프로 발전을 더디게 하는 위협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프로는 아이폰·애플워치보다 판매 가격이 비싸고 기술적으로도 앱 개발이 더 어렵다. 조종장치 없이 손과 시선 추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점도 게임업체들의 참여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가상현실(VR) 게임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실적 개선과 차세대 기기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킬러앱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매출이 부진하고 기존 구매자들도 기기를 중고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애플이 비전프로 판매 실적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궈밍지는 애플이 비전프로 출시 첫해 인도량을 70만∼80만대에서 40만∼45만대로 하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2분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80% 급감했고, 출시 초기 구매자 상당수도 환불 보장 기간인 2주 이내에 기기를 환불했다고 전했다.
비전프로 중고 가격도 하락세이며, 한 중고 제품 거래사이트를 보면 출시가 3천499달러(약 474만원) 모델의 평균 중고가는 8월 2천710달러(약 367만원)에서 지난달 2천494달러(약 338만원)로 하락했다.
지난 2월 4천달러(약 542만원)에 비전프로를 구매했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지속적으로 기기를 사용할 유인이 없다면서 지난 8월 2천600달러(약 352만원)에 처분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비전프로의 부진에는 콘텐츠 부족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이르면 내년에 저가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르면 내년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비전프로 저사양 모델이 2천달러(약 271만원)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