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말았네”…비트코인이 FOMC에 울고 웃은 이유는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1억 재돌파를 노렸던 비트코인이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며 변동성 장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동시에 열린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엇갈린 시그널을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방향성이 잡힐 때까지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장주 비트코인은 전날 밤 5월 CPI 냉각에 따라 98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새벽 6월 FOMC 점도표가 공개되면서 9400만원대로 급락했다. 이후 이날 오후 3시까지 반등의 기미 없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 간밤 급격히 출렁인 것은 미국의 금리 방향성이 복잡해진 탓이다. 당초 먼저 나온 5월 CPI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힘이 실렸지만, 매파적인 6월 FOMC 결과가 곧바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연준은 이날 FOMC 정례회의에서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코인 시장이 주목한 것은 따로 있다. 6월 FOMC ‘점도표’다. 점도표는 3월·6월·9월·12월 FOMC에만 진행하는 투표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이다. 통상 연준의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연준은 6월 FOMC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5.1%로, 연내 금리 인하 횟수는 1회로 각각 예고했다. 이는 직전 점도표에서 밝힌 수치보다 매파적이다. 앞서 연준은 3월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전망치를 4.625%로 제시하며, 금리 인하는 세 차례 있을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비트코인이 이처럼 FOMC에 민감한 이유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금리 방향성에 따라 투자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에 따라 위험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면 시중 유동성은 증가한다. 실제로 최근 캐나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했을 당시 비트코인도 9900만원까지 급등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지난 1월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더욱 심화됐다. 금리 기조가 현물 ETF 유입세 여부도 좌우하면서다. 현물 ETF 유입세는 대표적인 상승 촉발제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통화 완화 추세가 지속되면 비트코인은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자산을 찾으면 가상자산이 강세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최대 관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19B-4) 이후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점도 FOMC 영향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재료가 금리 인하 여부에 제한되다 보니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에 올해 비트코인 가격은 금리 인하 횟수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금리 인하가 두 차례 이상 진행된다면 상승 국면으로 흘러가겠지만, 인하가 한 차례 그친다면 단기 변동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큐브의 설립자 바르토즈 리핀스키는 12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단기간 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고금리의 장기적 여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랠리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연준의 계획이 명확히 나올 때까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