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코인과 ETF가 널려있다”
…SEC의 딜레마, 트럼프 눈치보며 골머리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밈코인과 암호화폐 ETF가 사방에 널려있어요.”
월가의 대표적인 마켓메이커 중 하나인 버추파이낸셜(Virtu Financial) CEO 더그 시푸(Dug Difu)는 지난 수요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3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밈코인과 ETF가 연일 쏟아지면서 시장 참가자들과 금융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 트럼프의 친 암호화폐 정책에 따라 쏟아지는 밈코인과 암호화폐,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 신청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골머리다.
트럼프 자신과 퍼스트 레이디 멜라니아까지 밈코인을 발행했다. SEC가 이를 규제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는 것. 트럼프 밈코인을 편입 대상으로 하는 ETF 신청서도 처리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자”
자산운용사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Tuttle Capital Management)는 트럼프 밈코인에 레버리지를 넣은 ETF를 신청했다. 코인 가격이 10원 오르면 ETF는 20원 상승하는 ETF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두 배로 손해가 난다.
터틀 캐피털은 △트럼프 코인(TRUMP) △멜라니아 코인(MELANIA) 외에도 비슷한 레버리지 암호화폐 ETF 1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품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특정 자산의 일일 변동성을 두 배로 확대하는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ETF가 이미 변동성이 극심한 암호화폐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코인은 출시 이후 단 2주 만에 최고점 대비 60%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만약 해당 ETF가 1월 20일 출시됐다면, 당시 급락한 가격 변동성에 의해 투자자들은 거의 전액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선임 ETF 애널리스트인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암호화폐 시장은 오랫동안 강세장이었지만, 아직 이를 조정할 만한 강한 하락장이 오지 않았다”며 “게다가 겐슬러 전 SEC 위원장 사임 이후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에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면서 ETF 신청이 쏟아지고 있는 것 것”이라고 분석했다.
SEC, 새로운 규제 시험대에 오르다
이번 ETF 신청은 새롭게 구성된 트럼프 행정부의 SEC가 규제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마크 우예다(Mark Uyeda) SEC 위원장 대행이 이를 승인할 경우, 암호화폐 관련 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SEC가 해당 ETF를 거부하면 트럼프 코인의 적합성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 SEC가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현재 트럼프 코인의 상당량이 트럼프 그룹과 관련된 인사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SEC의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추나스는 “SEC는 결국 암호화폐 ETF 승인 여부에 대한 선을 어디서 그을지 결정해야 한다”며 “솔라나(Solana)와 봉크(Bonk) 같은 코인은 괜찮고, 트럼프 코인은 안 된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SEC의 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승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밈코인과 ETF 전성시대
레버리지 ETF의 인기는 암호화폐 시장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관련 ETF 시장은 빠르게 확장 중이다. 렉스 셰어즈(Rex Shares)는 도지코인(Dogecoin)에 투자하는 최초의 ETF를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SEC가 어디에서 선을 긋느냐에 따라 암호화폐 ETF 시장의 향후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며 “과연 SEC가 레버리지 ETF를 승인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출처: 블록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