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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식 주문 ‘일괄 취소’ 뿔난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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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식 주문 ‘일괄 취소’ 뿔난 투자자들…보상 가능할까


[서울=뉴시스 우연수 기자] 미국 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에서 낸 주문을 취소 당한 투자자들이 증권사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간거래에서 계좌가 막힌 뒤 미국 정규장에서까지 거래에 차질을 빚어 주식 폭락장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의 주식시장 제도와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거래 약관 등을 고려했을 때 주문 취소(롤백)에 다른 보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정규시장이 시작할 때까지 체결 취소 여파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들에 대한 책임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간거래 ‘일괄 주문 취소’ 사태…책임 어디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를 통한 미국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가 5~6일 이틀 연속 중단됐다. 재개 시점은 추후 추가 공지될 예정이다.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란 미국의 새벽 시간 즉 한국의 낮 시간대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국시간으로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이 같은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건 국내 증권사들이 주간거래를 위해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Blue Ocean)’이 시장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주문 체결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시스템 장애의 후속 조치 등을 이유로 6일에도 휴장이 이어졌다.


5일 주문 체결 일괄 취소에 따라 주간거래 이용자들은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 분에 대해 순차적으로 주문이 취소됐다. 또 취소 작업이 지연된 삼성·KB·NH 등 일부 증권사의 고객들은 오후 9시30분 미국 정규시장이 열린 뒤에도 한동안 거래를 할 수 없었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블루오션, 어떤 곳


주간거래 이용자들은 한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증권사를 통해 폭락한 주식을 저가매수해 담았는데, 시장 변동성이 너무 확대됐었다는 이유로 주문을 일괄 취소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수탁 거부는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정규 시장이 아니다. 미국 금융당국, 즉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가 엄격히 적용되지 않는 자율적 ‘장외 시장’인 것이다.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은 2021년 ATS로 승인받을 당시 유일하게 오버나잇(overnight) 세션의 운영을 신고한 업체다. 미국에는 뉴욕거래소와 나스닥 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정규 시장’과 앞뒤로 붙은 준정규시장 격 ‘프리마켓’·’애프터마켓’이 있는데, 새벽 시간대 거래 주문을 받는 ATS로 첫 승인을 받은 것이다.


회사는 2021년 10월부터 매매를 시작한 뒤 이듬해 국내 삼성증권과 1년 독점 계약을 맺었으며 지금은 해외주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미국과 낮밤이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증권사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ATS로, 한국 거래는 전체 블루오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블루오션은 미국 새벽 시간에 넘어오는 고객 주문을 받아 알아서 체결해주고 있다. 고객들 주문 내에서 물량을 해소하거나 유동성 공급자(LP)를 통해 거래를 원활히 한다.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체결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돼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5일 폭락장 때처럼 시장이 흔들릴 때 한쪽 사이드의 매매 주문만 들어오면 감당하지 못해 주문 물양르 제한하거나, 차익거래 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 판단해 임의로 주문을 받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5일엔 주문 체결을 취소시키기까지 했다.


밤 사이 나온 소수 주문을 활용해 수수료 수익, 차익거래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블루오션같은 ATS는 주식 브로커와 계약을 맺을 때 자신들이 제시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체결하고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홈페이지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있으며, 브로커(증권사)들과 계약을 맺었을 때도 약관에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증권사는 블루오션 또는 블루오션 거래소를 이용하는 미국 브로커와의 계약 약관 내용에 대해 회사 간 계약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줬다.


◆증권사들, 보상에 선긋기…책임론은 불가피


증권사들은 현지 거래소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증권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는 “현지 거래소 문제로 인한 주문 취소 사항은 해외증권거래서비스 신청 시 교부되는 설명서 및 약관 유의사항에 따라 당사 전산장애 배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해당 증권사 약관은 “시차 및 정보 전달 통신 문제로 해당 국가의 당일 시장 변화와 투자증권이 시세에 영향을 주는 투자정보의 취득이 지연돼 적절한 매매시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 제도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브로커와 약정할 때 현지 중개 증권사의 거래 조건에 따른다는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내용이 고객 해외주식 거래 약정에도 반영돼 있어 증권사 차원의 보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단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정규시장까지 주문 취소 여파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들에 대한 책임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 오픈채팅방에서 한 주간거래 이용자 A씨는 “주문 취소로 낮에 저점 매수 물량 잡은 걸 놓친 것도 피해지만, 정규시장 시작하고도 계약이 막혀있어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은 국내 증권사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투자자들은 각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주식거래를 한 거지 블루오션과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며 “각 증권사가 블루오션과 소송을 해 청구받을 일이고, 이와 별개로 증권사들이 보상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사들이 ’24시간 미국주식 거래’ 등 주간거래 홍보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리스크에 대한 고지는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블루오션과 같은 현지 ATS는 체결시킬 수 있는 수량이 제한돼 있어 고객 기반이 얕거나 변동성이 큰 장에선 주문 수량을 마음대로 제한하는 일도 생긴다. 또 주문 호가 수량이 적고 스프레드가 많이 벌어져 있어 거래 비용도 높을 수 있다.


투자자 C씨는 “증권사들이 주간거래 광고는 그렇게 많이 하면서 위험 고지에는 소홀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수수료는 챙기고 리스크는 고객에게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간거래 서비스는 2022년 삼성증권이 처음으로 시도한 이후 급격한 성장세에 있다.


지난달 한달 삼성증권 한곳의 미국주식 주간거래 거래 규모는 3조1000억원, 삼성증권 전체 해외주식 거래액(20조5000억원)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해외주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주간거래를 오픈한데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주간거래 규모도 적지 않아 전체 거래 대금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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